진정한 아웃도어

로스알라모스는 이번이 네번째 방문인데.. 그러고보니 내 기억이 맞다면 첫 해외출장이자 처음으로 외국에 나갔던 곳이 아마도 로스알라모스였던 것 같다.
암튼 여러번 갔던 곳인 만큼 항상 별 기대를 안하는데...
갈때마다 사람들의 후대로 이벤트가 생기는 것 같다.

일단 피크닉에 가기 전에 스타벅스에서 이고르랑 안드레이랑 만나서 한참 이바구 떨다가,
안드레이가 블라블라 메사에 가봤냐고 해서, 메사가 뭔데에서 시작해서...
안드레이의 로스알라모스 투어가 시작되었다.
여기는 화산지대로 모든 곳이 다 캐년인데.. 용암이 터져서 손등으로 흐른다고 했을 때,
손가락을 펼쳐서 책상위에 올려놓으면, 손가락 사이의 계곡이 캐년이고 손가락이 매사라고.
몰랐는데, 로스알라모스라는 계획 도시 자체가 1950년대에 미국정부가 매사 위에 만든 도시었던 것이다.
설명을 들으면서 지나가보니, 정말 캐년들을 사이에 두고, 길쭉 평평한 메사에 집들이 지어져서 마을이 형성되어있다.
메사의 폭은 메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하나같이 모서리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다. 50 미터 이상되는...
그리고 수백만년간 그게 붕괴되지도 않고 그대로 유지되었다는.
그래서 비싼 집들은 모두 매사의 절벽 위에 지어져서 테라스가 절벽을 보고있다.으허 무서워라.
이 집은 로스알라모스의 과학자들이 집이 아니고, 캘리포니아의 갑부들이 은퇴하고 사는 집이라고. 습도가 20%정도로 항상 잘 유지되고 청명하여 건강요양에 좋다는 이유? 물론 경치가 절경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요카라고 불리는 선인장이 있는데, 잎사귀가 갈라져서 실처럼 되는데, 이거 무지 튼튼하다. 인디언들이 이걸로 모든 것을 다 만든다고. 나중에 사진을...

거기다 정말 보기 힘들다는 선인장 꽃 중 '불의 꽃'을 보는 행운을 가졌는데, 핸드폰으로 찍고 보니 꽃 중앙이 정말 불타는 것 같다.


폭이 15 미터 정도되는 디어 메사는 절경의 트레이를 갖고있다. 거기서 핸폰으로 찍은 사진이 있는데 나중에 올려야지.


암튼 그렇게 개발된 도시는 주로 목재였기에, 2000년의 대 산불로 대부분 타버렸는데, 운좋게 남아있는 집들은 그 때 피난 가지 않은 사람들이 열심히 불을 끈 집이거나, 운좋게 불붙은 나무토막이 날아오지 않은 집이라고..
그래서 지금의 집들은 50년대의 집과 2000년에 복개한 집들로 나뉜다.
복개한 집들은 산타페의 집들 처럼 진흙과 짚단을 얽어만든 어도비양식의 집이 많은데 아마도 불에 강해서? ㅋㅋ
그 때 타버린 집들은 정부에서 원래 집 값보다 3-4배 더 보조를 해줘서 다시 짓도록 했는데, 이로서 피해자들은 더 좋은 집을 지을 수 있었고, 정부는 수걸려서 나가게 될 돈을 세이브 했다고 한다. 그 보조금은 가구당 400K정도 였다고...

안드레이의 집은 홀라당 다 타버려서 풀밭만 무성한데, 그 땅을 다른 사람에게 장기 임대하고,  자기는 다른 곳에 지원을 받아 집을 지었다고. 집 하나 지을만한 그 타버린 땅의 값은 600K 쯤 한다고. 이곳은 주택가격은 미국경제악화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았지만 그래도 20%정도 손해를 봤다고 한다.

이 동네에서 가장 전망좋은 집은 처음에 정부가 못사는 사람들에게 나누어진 판자집인데, 나중에 갑부들이 와서 형성된 동네는 집만 좋지, 저 판자집에서 내려다보이는 형국이라는...

암튼 뭐 대충 동네 투어가 끝나고, 피크닉가서 이것 저것 먹은 담에,
안드레이는 딸내미가 내일 4개주 (파밍톤이라는 four corners? 뭐 그런 데 있는 도시인데, 콜로라도, 아리조나, 유타, 뉴멕시코가 만나는 곳) 수영대회에 나간다고 데려가야한다고 먼저가고.

이고르랑은 비지니스 이야기(?)를 하러 떠났다. 남자들의 비지니스는 역시 사우나...에서 해야겠지만, 대자연을 만끽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고르의 의견에 따라 두메 산속 온천으로 고고...
근데 불안한게.. 이 녀석이 자기 차로는 안가겠단다. 렌트카니까 내 차몰고 가자고.. 오프로드 5마일을 가야하는데...  그러면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지난번에도 거기 이야기를 하면서, 담번에 올 때는 지프를 렌탈하라고 그랬던 기억이 어렴풋이...
하지만 내 차는 조낸 한많은 횬다이 엑센트. --;;;
이고르는 원래 차 없이 걸어서도 간다고, 여름이고 눈쌓인 겨울이고 너무 죻아서 가는 곳인데... 암튼 손님 대접해주느라 일부러 모신다는데, 거절하기도 그렇고 좋다고 가자고 했다.
근데, 가는 길이 거의 꼬불꼬부 산길을 몰아서가서.. 거대한 칼데라 하나를 지나고,

산넘고 물건너, 바다건너는 아니고... 어쨌든 여기까지는 어제 지나왔던 길이다.
그런데, 갑자기 여기서부터 각오하라고 한다.
오프로드 시작...
으허헉 근데 이건 정말 승용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 아닌거다.
타이어가 찟길 것 같은 날카롭고 거대한 바위들이, 잘 지나가더라도 차 바닥을 다 긁고 지나가고...
거기다가 어제왔던 샤워로 진흙길에 물웅덩이가 있는데, 웅덩이 정도가 아니고 차 크기 만한 Lake가 타이어 직경 만한 깊이로 연속으로 파여있는... 조금가니 엄청난 차의 흔들림에 멀미가 날 듯한...
헉.. 초반부터.. 그냥 차 세워놓고 걸어가는게 낫지 않을까 생각을 하는데...
이놈은 자기가 트럭드라이버의 아들이라 어려서부터 이런 길에 익숙하다면서, 신나게 모험을 하자면서 불쌍한 엑센트를 마구 몬다.
그래 몰라 에라이 나한테 끝까지 엑센트 꾸역꾸역 빌려준 알라모 잘못이지. 쌤통이다... 란 생각은 잠깐...
잠시후 나타난 물구덩이 등을 보니 나중에 돌아올 때 바퀴라도 걸리면 헛돌아서 박혀버릴 것 같아서 불안불안..
가는 길은 내리막길이라 어떻게든 관성으로 가는데, 나중에 돌아나갈 때는 아차 하면 웅덩이에 바퀴가 빠져서 스턱될 가능성이 다분했다. 슬그머니 전화를 뺏는데, 당연히 아무 시그날도 안잡힌다. 조난당하면 끝이야 --;
우당탕퉁탕 심리적으로 100키로는 될 것 같은 5마일의 도로를 가니... 저 앞에 거대한 몬스터 급 지프들만 줄줄이 서있다.
보니 앞에 거대한 웅덩이가 생겨버려서 그 지프들도 못가고 거기서 스탑. 내려서 하이킹으로 간거다.
우리도 하이킹을 하기로 하고, 챙겨온 맥주와 비프져키 등을 가지고 등산시작.
한참 하이킹을 하는데..
웬 강 위의 통나무 다리.. 보통 때 같았으면 그냥 건넜을 텐데, 이놈의 다리 껍질도 다 벗겨지고, 어젯밤 비로 물에 젖어 미끄러운데, 곳 곳에 못도 박혀있어서 중앙을 밟을 수도 없다. 더군다나 한참 차 속에서 한참 흔들려서 균형감각이 부들부들.
고산지대라 산소도 부족해서 컨디션도 별로고 했지만. 이고르도 한참을 망설이다 부들거리면서 건너기 시작.
나도 애라 모르겠다 하고 그냥 파파팍 뛰어서 건넜다.

그러고 한참 올라가니 저기서 개가 짖는다. 웬 문신한 버파쓰리 제프리 스타일의 히피 애들이랑 호모 커플로 보이는 미소년 둘이서 온천을 즐기고 있다.

거기서 옷 벗고 들어가, 맥주를 비프저키 안주삼아 마시면서 비지니스를 논하는데...
잠시 좋았다. 깎아지른 캐년 절경속의 온천이라니.. 정말 여기 사는 사람 아니면 모를 포인트에.. 여기 살더라도 아웃도어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면 이런데는 오지 않잖아.

갑자기 저멀리서 들려오는 천둥번개소리..
어제의 샤워를 봤기에 이거 심상치 않구나 하는 생각이...
점점 가까워지더니 급기야는 쏟아지기 시작한다.
이고르도 불안했는지 계속 우리의 최대 장애물은 아까 그 통나무 다리야.. 맥주마시고 어지러운데 비까지 오면 아마 우리는 강으로 내려가 건너야 할 거야... 라고 하며..
그래서 얼른 자리를 정리하고, 다리 근처까지 가니 마구 쏟아지기 시작한다. 나는 아예 옷도 안갈아입고 수영복에 구두만 신고, 배낭매고 하산...
그 자세 그대로 다리를 건넜다.
이고르도 무사히 건넜는데, 다음은 이제 그 진흙으로 미끄러워진 Rocky road를 어떻게 타고 올라가는가 하는 거다.
이빠이 걱정했지만...
암튼 바위 하나 타고 넘을 때마다 박수치면서 성공했다고 소리지르면서, 이건 정말 모험이라고 하면서 술기운에 달려나갔다.
이고르에게 10년 만에 첨 기억에 남는 모험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거기에 회답으로 자기는 평생 첨 하는 모험이라나 -_-;

겨우 빠져나오니 해가 보인다. 8시가 다되었는데 아직 해는 지지 않았다. 아마도 섬머타임에 해도 길어져서 그런 듯. 
여유로운 마음으로 이고르가 애용하는 낚시 샵에 가서 아이스크림 하나 빨면서 벽난로 앞에 앉아 이바구떨다가,
수버니어로 그 곳의 특산 시가를 한 개피 피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특산시가가 있고, 일회용 라이타에, 시가 커터까지 팔길래  같이 샀다. 허나 마음 좋은 주인 아저씨도 이고르도 모두 흡연자가 아니라 피지 않았으면하는 눈치인지라 거기서 피지는 않았다.

그리고 돌아오는데, 역시 산골의 해는 순식간에 지더구나. 거기다 일몰과 동시에 몰아치는 썬더스톰..
구름안개 깔리고 번쩍번쩍 세상이 울리는 꼬불꼬불 산길을 가는 맛이 정말...

암울하더구나. --;

암튼 다행이도 무사히 도착했고, 이고르는 내일 날씨가 좋으면 더 좋은데 가자고 -_-;;;
아 비나와라.
내일 모레 새벽에 귀국하러 공항가야한단말야. 나 좀 내버려 둬..
이놈 혹시 놀 친구 오기만 기다리는 것 아냐? 그러고 보니 온천에서도 겨울에 눈오면 백배는 좋다는 둥 겨울에 다시 오라는 둥 설레발을 치는 꼴이..

어쨌든 이벤트 만땅의 하루였다. 간만에 재미있었군.
호텔 들어와서 계곡물의 박테리아를 씻어내고 감은머리 말리는 동안 쓰는 포스팅임.

by SvaraDeva | 2009/06/26 15:52 | 트랙백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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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아로롤 at 2009/06/26 16:15
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
저 지금 빛의 속도로 읽으면서 그것보다도 더 심장박동이 빨리 뛰었어요.
완전 캐간지초쩔인데요?+_+ 우왕우왕
영화한편찍고 오셨어요~!! 아 나도 그런 모험이 해보고 싶다 ㅠㅠㅠㅠ
Commented by SvaraDeva at 2009/06/26 21:52
아하하핫... 주저리 주저리 길게 써서 죄송합니다~
어쨌든 머리가 마를 시간을 벌어야해서.. 생각나는대로 다.. ㅋㅋ
그러고보니 아로롤님이야 말로 아웃도어 전문가. ㅋㅋ
Commented at 2009/06/26 18:0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SvaraDeva at 2009/06/26 21:52
아 원래 그런거군요. 방문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Commented by chan at 2009/06/26 23:58
저것이 모두 하루에 일어난 일이란 말이죠.
분명 글로 읽었는데 영상으로 본듯한 이느낌..@.@
근데..한국 와버리면 이고르씨는..??왠지 불쌍..ㅋㅋㅋ
Commented by SvaraDeva at 2009/06/27 20:12
아하하 안그래도 이고르가 집에 데려가서 밥해주고.. (원래 이고르가 마누라 눈치 무지 보는데.. 예쁜 마누라가 너무 내성적이라 주변사람들하고 어울리는 것을 별로 안좋아하거든요.. ) 암튼 뭔가 아쉬워하는... ㅎㅎ
Commented by 시드 at 2009/06/27 15:31
아 뉴멕시코근처에 살때 자주 스키타러 - 철 들고나선 카지노 - 갔었는데 날씨가 좋던데 겨울때만 가서 그런지 여름 날씨는 급격하게 변하나보죠? ㅎㅎ 온천이라고 하셨는데 혹시 그냥 hot spring 구덩이에서 하셨는지 아님 진짜 한국/일본 식 온천에서 하셨는지 궁금하네요. 예전 리오그란데 강 6박7일 카누트립했을때 hot spring 나오는 구덩이에서 한 기억이 새록새록 ^^
Commented by SvaraDeva at 2009/06/27 20:14
오.. 리오그란데 카누트립 휼륭한데요? 근처에 스프링이 워낙 많으니까...
4월달에 왔을 때는 아도비스타일로 잘 정리된 야외 노천 온천이었고, 이번엔 계곡 위에서 나오는 구덩이 핫스프링인데.. 3단으로 폭포처럼 흘러내리더라구요.
카누가 지나갈만한 구덩이도 있군요!
네 요즘 시즌에는 아침에는 맑다가도 갑자기 구름이 생겨 번개치는...
Commented at 2009/06/27 19:1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SvaraDeva at 2009/06/27 20:14
앗 그러셨군요! 놀러가겠습니다~
Commented at 2009/06/28 01:3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SvaraDeva at 2009/07/02 08:34
힉.... 아.. 그 내용이 지워졌었군요! 노는 것 말고 공부를 좀.. ㅋㅋ
Commented by 철관음 at 2009/06/29 09:53
재미있는 경험을 하셨네요. 그 쪽이 원래 자연의 위대함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랍니다.^^
해발이 높아서 처음가면 코피를 쏟기도 하고, 평지에서 몰던 차들은 튜닝을 다시 해줘야 제대로 움직여요. 저는 튜닝 안 한 차를 타고 가다가 고장나는 바람에 사막 한가운데서 고생 좀 했지요.
픽업트럭이 기본인 곳에서 액센트가 저리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이다니 좀 감동입니다.
Svara님 좀 재미있으신 분 같아서 가끔 오는데 기억을 불러 일으키는 얘기가 있기에 답글 답니다 (Farmington이랑 Four Corners 등등에 얽힌 추억이 있거든요). 블로그가 없어서 비로그인이에요.
Commented by SvaraDeva at 2009/07/02 08:36
오호호.. 차를 튜닝까지 해야하는군요. 하긴 유효 흡기량이 줄어드는 셈이니까, 기어 체인징 타이밍 같은 것을 손보지 않으면 좀 힘들어질 수도 있겠어요.
저도 엑센트가 잘 해줄지 걱정이었답니다. ㅋㅋ
블로그도 없으신데 가끔 와주신다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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